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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 REBEL MOON'에 대해 알아보자

by dalmooni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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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농사를 짓고 살던 마을에 악의 무리들이 들이닥치고, 약탈과 폭압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줄 무사들을 하나둘 규합해 목숨을 건 일전을 준비합니다.

넷플릭스의 신작영화 '레벨 문'은 도입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원작자 '잭 스나이더'감독이 야심 차게 만들고 싶었던 이 스페이스 오페라의 세계관은 원래 '스타워즈'의 외전으로 제안되었습니다. '스타워즈' 또한  '조지 루카스'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대놓고 얘기할 만큼 그 영향력 아래에 있었으니 이런 새로울 게 없는 스토리 구성이 혹평의 이유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IMDB기준으로 10점 만점에 5.9점. 로튼토마토는 24%로 상한 토마토 수준이며 네이버평점 또한 4.64로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로튼토마토는 지나치리만큼 '잭 스나이더'감독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강하니 그렇다 쳐도 전체적으로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야기는 허술하지만 어쨌거나 늘 그렇듯 영상은 잘 뽑아내는 '잭스나이더'이니만큼 어떤 부분에 집중해 보느냐에 따라 감상평은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도 영화얘기는 제쳐두고 배두나가 쓰고 등장한 '갓'과 할리우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7인의 사무라이'를 통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Oh My 'GAT' 그리고 오리엔탈리즘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킹덤'을 통해 세계인들이 주목한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갓'. 신드롬으로까지 불리며 아마존에서 '킹덤 모자'라는 키워드로 거래된 이 조선의 전통 모자는 수백 가지가 넘는 종류 중에 일부분일 뿐입니다. 가히 모자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모자를 즐기던 조선 시대, 양반들의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자 패션 아이템이던 갓은 진화를 거듭하다 17세기에 이르면 차양인 '양태'의 직경이 80cm에 이르러 문을 드나드는데 방해가 될 정도로 큰 갓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잭  스나이더'감독도 '킹덤'을 본 후 역사 공부와 추가 디자인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배두나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자 존중의 의미를 담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주를 넘나드는 검의 고수 네메시스가 양반들이나 쓰던 해진 갓을 쓰고 등장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나 이 상호 이질적인 소재가 가져오는 부조화를 의도했다면 나름 신선하고 낯선 매력을 주는 데는 아슬아슬 성공한 듯싶습니다.

아슬아슬이라고 표현한 데는 서양인의 관점에서 동양을 보는 몰이해와 왜곡의 불쾌함을 살짝 비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류니 뭐니 하지만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동양인과 특히 한국에 대한 묘사는 여전합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현대에 이르는 이런 선입견은 지역적으로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아시아의 여러 요소를 뒤섞는 만행을 곧잘 저지르곤 합니다. 우리도 서구 여러 지역적 특징과 문화에 대해 마찬가지로 무지한 부분이 있으니 탓할 순 없어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문화산업에서의 그러한 왜곡들은 태만이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차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와 따끈따끈한 애플 TV의 최신 콘텐츠 '모나크'에 묘사된 대한민국 포항세관만 봐도 어이가 없다 못해 헛웃음이 다 나옵니다.)

 

'7인의 사무라이'와 할리우드

1954년 작 '7인의 사무라이'는 '라쇼몽'과 함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짜임새 있는 각본과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풀어내는 동양적 영상미로 이러한 이야기 구조 자체가 하나의 장르적 특성으로까지 자리 잡게 만든 작품입니다.

그 길을 따라가는 '레벨 문'이 그렇듯 이 영화가 가진 특징 중 하나가 주인공들의 행동과 생각입니다. 어쩌면 사지(死地)될 수도 있을 마을에 들어가면서도 무사들은 큰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본인들이 처한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곤란에 처한 마을 사람들 이상의 시대적 분노와 저항정신이 그들을 이끌었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그리고 결말에서도 직접적으로 대사를 통해 결국 또 승리한 건 자신들이 아니라 농부들이라며 칼의 시대가 몰락하고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음을 암시합니다.

이 영화가 영화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한데 '레벨 문'을 포함하여 오마주 하거나 리메이크한 영화만 해도 상당합니다.

황야의 7인, 벅스 라이프, 레이더스, 스타워즈 시리즈,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어벤저스, 저스티스 리그 등 감독이 직접 '7인의 사무라이'를 언급한 영화만 해도 부지기수입니다. 

당시 스테레오타입들의 정형을 깨부수는 영화로 할리우드감독들의 교과서가 된 반면 동양 그중에서도 일본을 다루는 데 있어서 서양인들의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의 전형이 된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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